2014

23살... 선인장 같던 아이..

je_ssica 2014. 6. 13. 18:01

 

23살.. 그때 나는... 선인장 같은 아이였다..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어.. 도망을 쳤지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거나..

 

또 다시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해서..

 

그래.. 누구든지.. 다가 오기만 해라.. 다 찔러죽여버릴거야.. 했던....

 

23살의 나는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늘.. 외로웠고... 힘들었고... 목말라했던. ..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혼자 있음을.. 감당할수가 없어서.. 연애질(??)을 하곤 했다..

 

23살..

 

사실.. 나는 그때 결혼이 하고 싶었다..

 

혼자 사는 것도 힘이 들고...

 

내편하나 없는 것도 힘이 들고...

 

막막하기만 한.. 이 세상에.. 온전한 내 편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기에..

 

나는 결혼이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 무렵 만났던 25살 어린 남자는...

 

나처럼... 마음이.. 뻥뻥 뚫려 있던 사람이였고..

 

25살 어린 남자답게 적잖은 사고를 치곤 했었다...

 

그래서... 이 남자와 헤어지고..   나도  적잖은 방황을 했다..

 

그리곤 홧김에..

 

나는 24살의 남자와 소개팅을 했었다..

 

 

 

둘다.. 서로.. 맘에는 들었던 모양이다...

 

그때 나는 새로 연애를 할 마음이 컸다기 보다는..

 

25살 그 남자가 너무 미웠고... 싫었고.. 용서가 안 되었으며... 빨리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듯 하다..

 

소개팅자리에서.. 주선자와 24살 그 남자.. 나와.. 내친구...

 

이렇게.. 4명이서... 소주를 마셨는데...

 

24살 그 남자 (이하 S라 칭함)의 막노가다 아르바이트 월급날이여서..

 

S가 쏜다고 하여.. 가볍게 할 요량으로 시작되었던 술자리에서...

 

그때 나는 체격도 지금보다 좋았고... 체력도 좋았으며... 주량이 엄청났던....아이였던터라..

 

내 친구는 소주를 한잔도 못 먹는 아이여서.. 옆에서 사이다만 3병넘게 마셨고...

 

남자둘과 나 이렇게 셋은 소주를 22병을 마셔 버렸던 것이다...

 

그때 소주는 2천원이였는데.. 안주를 4개쯤 ㄴ먹고... 소주만 먹고도 거의 20만원을  계산을 했다는 ...

 

그날이 내 평생 가장 많은 소주를 마신 날이였는데...

 

그때 나는 이미... 내가 내가 아니였고.. 소주가 나를 마셔버린 날이였다..

 

65kg은 충분히 넘었던 나를 들쳐업고 S는 내 친구 와 나를 그 동네 모텔로 들여보냈줬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그 기억이.. 전혀~~ 없다.. ㅡㅡ;; )

 

눈을 떠보니.. 어느 모텔 침대위였고.. 내친구는 지친 얼굴로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밤새 토하고.. 울고 하던 나를 (나는 그때.. 정말... 죽고 싶었던 모양이다.. ㅠ.ㅠ) 내친구가..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다며...

 

집에다 연락을 할수도 없고..

 

응급실에 싣고 갈수도 없고.. (안간다고 버텼다고 하더라는... )

 

어쩔수 없이.. 같이 술 먹었던S를 불렀는데..

 

내가 대성통곡을 하고.. 울더란다...

 

S는 소개팅 한번 잘못해서.. 알바해서 받은 월급을 거의 통째로 술값으로 버리고..

 

완전 술 먹은 진상 여자의 대성통곡도 받아줘야 했던 것이다... (아...지금 생각해도.. 무척 미안한 일이다... )

 

그날 아침..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정말.. 다시는 안 보고 싶었다...

 

거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울고 불고.. 토하고 했던 짤막짤막한 것은 안타깝게도... 뇌속에 저장이 되어 있던 이유로..

 

정말... 접시물에 코를 박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S는 괜찮다며..

 

그럴수 있다며.. 무슨 일이있는지는 몰라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S와 나는 공식적인 연애를 하게 되었다..

 

거의 10개월정도.. 만났던 S는

 

군대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앞날이 캄캄한 어린 남자답게..

 

나만큼이나.. 방황을 하던 때였고...

 

나보다 더 가시를 세우고 있던 어린 남자였다..

 

둘이는 거의 매일 싸웠다..

 

정말 하루도 안 빼고.. 매일 싸웠다...

 

싸우다가 정든 것처럼 무서운건 없다더니..

 

정말.. 정이.. 무섭게 들었던것 같긴 하다..

 

나도 가시를 세우고. .... S도 가시를세우고 있었던 때라..

 

서로.. 가까워질수록.. 찌르고... 상처를 주고... 피를 내고..

 

딱히.. 좋았던 기억은 거의 없지만..

 

나는 .. 아직도 기억하는 한장면이 있다..

 

빵퍼지면서 웃던 그 예쁜 미소와  무표정할때도 살짝 올라가 있는 입꼬리는...

 

참 매력적이였다..

 

10개월정도를... 맨날 싸우고.. 울고.. 삐지고. 화내고.. 그렇게 만났고..

 

헤어질때도.. 참... 아름답지 않게 헤어졌지만..

 

시간이.. 14년쯤 지나고 나니...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과.. 애잔한 감정까지도 든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그 S와 우연찮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역시... 문제의 밴드때문에 ㅋㅋㅋㅋ )

 

그 날을 세웠던 새파란 어린 남자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아주 여유로운.. 순한....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건 아니지만..

 

밴드의 채팅방에서 보여지는 문장만으로도...

 

그 어린 남자는 결혼을 잘 했구나..  여유로워 졌구나... 라는것이 느껴졌고...

 

사춘기 아닌 질풍노도를 함께 했던 어린 남자가...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것이... 내가 다 ..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이다..

 

이래서.. 나이 먹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지...

 

나이를 먹으니.. 뒤를 돌아볼 여유도 생기고...

 

유해지기도.. 하고...

 

암튼....

 

나중에 커피나 한잔 하자며.. 이야기를 끝냈지만..

 

서로.. 직접을 얼굴을 대면할 일은 없다는 것을 서로는 알고 있다..

 

그는 세아이의 아빠로서 , 남편으로서 .. 시집도 안 간 옛 여친을 만나는것은 옳지  않은 일이고..

 

나는 그 시절.. 내 힘들었던 기억을 반추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흠................

 

 

앞으로.. 또.. 십년.. 이십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또 누구를 생각하게 될지.... 조금은 궁금해진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