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최소한 몇달은 함께 살 동거인을 보면서
나는 예전 동거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나의 동거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우리 집에 있다.
물론 , 남편과의 관계나, 친정과의 관계 등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녀의 남편과 20년을 같이 살면서도 아직까지 보고 싶다, 사랑한다 말하는 그녀를 보면
신기함을 넘어 어쩔땐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어떨 땐 경외심마저 느껴진다.
속속들이 다 알수는 없지만 .
나처럼 사업장을 벌이다 말아먹은 것도 아니고
각 어른들 집에 큰돈이 들어간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평생 넘게 일을 하고서
돈 걱정이 진심인걸 보면
정말 경제 사정이 안 좋은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그녀보다 내코가 석자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봐도
내가 더 불안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일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ㅋㅋ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런 걱정에서 마음을 아무 많이 내려놓기로 했고
또 내려 놨다.
내가 그동안 했던 돈걱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 미래에 대한 준비때문에 하던 걱정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던 것 같고
그런 미래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지독하게 현실을 갈아 넣었었는지
그런 것들을 한데 다 모아도 뿌듯함은 커녕, 오히려
후회와 아쉬움이 대부분인걸 깨달으면서
알수 없는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내 의지대로만 다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리는 것이 옳다 맘 먹었다.
암튼 그리하여
나는 심적으로 좀 많이 편안해 졌는데
현재 동거인은 매일매일 불안해 한다..
그게 눈에 보이고, 느껴진다.
저렇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어보이는데도
굳이 , 기어이, 기필코 , 저러고 있으니
옆에 있는 나도 덩달아 불안함이 스미는 느낌이다.
그래서 생각을했다.
예전 내 옆에 있던 사람들도 그랬겠지??
현재 나의 동거인은 친한 친구이지만
그 때 그들은 한때는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으니
마음이 나보다 더 쓰였겠지??
그 때 나는 참 눈치도 없고, 이기적이었네...
사람이 아무리 맘에 여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거지만
그 때 나는 내 어려움이 너무 커서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을 외롭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막상 자기가 그런 상황이 되야 느끼고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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