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_ssica 2024. 8. 20. 12:00

나는 내가 서운하고 화가 나는 일에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다

굉장히 거슬리지만

두어번 참고 넘긴다

그러다가 어느 임계치에 닿으면

폭발해서 미쳐 날뛰면 되는데

그러지도 잘 못해서

이내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 못되먹은 성격이다

요즘 이마담이 유방암에 걸리고

작은 사무실을 공동으로 쓰게 되면서

이사 정리 등등은 오로지 내가 하게 되었다


치료비에 얼마가 들어가고 얼마를 써야한다며 자다가도 벌떡 벌떡 깰 정도로 금전을 걱정하는 애한테

몇십만원씩 각자 부담하는게

바람직한건 아니다는 생각을 했고

항암하느라 제대로 거동도 못하는 애를 데리고

그 무겁고 많은 집기류를 둘이서 해봐야

말해무엇 할까 싶어서

주변 지인들한테 아쉬운 소리해가며

어찌어찌 마무리를 지었다

요즘같이 살인적인 더위에

내 일생 가장 땀폭발하는 요즘

(무슨 병에 걸린건가 진지하게 걱정할정도)

이마담은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일머리가 없다

사람을 쓰면 되지

꽂히면 그냥 순서상관없이

갑자기 해야하는 성격이라 피곤하다

등등의 말을 하기에..


처음에는 뭐라고?? 미쳤나 얘가...  말이 왜 이따위야 ? 분하고 화가 났고

두번째 그얘길 또 할때는

빡!!!!!! 이 치면서 암환자고 뭐고 상관없이 한판 싸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어제 밤에 문득 든 생각은

그래 이마담은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을 할수있는 뇌구조가 아닐뿐더러

전후상황 이런걸 상상 예상 생각없이

딱 앞에 보이는 단면만 인지 습득하는 뇌구조라는걸  

생각해냈다

내가 일을 한 과정이나 이유를 생각을 못하는건 이마담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성향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마담은 암이 걸린거지 뇌나 양심에 병이 걸린게 아닌데? 라며

또 실망스러운 맘이 들기도 하면서

앞으로 적당히 적당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이마담이 시킨것도 아니고 내가 자발적으로 해놓고서

그에 부응하는 피드백이 아닌것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과정이 이제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얘기는 해야겠다 싶어서

오늘 오전 이런저런 얘기중

저 이야기를 했다

이마담은 옆에서 같이 일해봐야 걸리적 거리고 다치고 할게 뻔한데 그래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인데 이상하게 성질을 내게 된다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게다

너무 순순히 그러니까..

오히려 며칠 분노했던 마음이 너무 하찮아져버린것이다

아..맞네..나도 그럴것 같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래..이렇게 말을 하면 되는건데..

나는 혼자 분하고 짜증내고 그랬던 거였다..

하아...참...

입뒀다 뭐했니...

내가 생각하는 메커니즘과

다른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다를 확률이 현저히 높고

또 솔직하게 말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꼬이게 되는걸  

알고 있었지만

다시 깨달았다..


나 혼자 월드 와이드 맵을 머리속으로 그리지 말고  신중하고 진지한 대화를 할것...


혼자 삭이며 분노하고 넘기지 않고

성숙한 대화를 이끈 나 자신 너무 칭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