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나를 본다

나에게 부모는..

je_ssica 2021. 6. 1. 22:44

나에게 부모는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은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들에게 인간적인 짠함과, 불쌍한 마음,  그들도 그렇고 싶지는 않았을거다 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부모탓을 안 하려고 해도...

 

내 속의 어린아이는 내 나이 마흔이 넘어도 계속 울고만 있으니...

 

나도 참.. 속상하다..

 

내게 부모는 가해자와 방관자 또 방관자와 가해자 였을 뿐이다.

 

원래 아기들은 자기 부모를 가장 좋아한다..

 

자기 부모가 제일 예쁘고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냥 좋아한다...

 

나도 어릴적 아주 잠깐 그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렇지만...

 

나는 5살때 부터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계집애가 죽고 싶다 생각을 많이 했으니...

 

나는 너무 조숙했던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티를내지는 않았다..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았다..

 

선교원에서도 나는 우수한 학생이었고...

 

초중고를 다닐때도 아주 꼬박꼬박 열심히 학교 다니는 모범생이었다..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보였고, 다소 왈가닥 스러웠던 적도. 지나치게 진지한적도 있었지만..

 

암튼 나는 아무런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그저 아무 문제도 없는 집에서 대접받고 사는 아이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태어날때 부터 발육이 남달라 눈에 띌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저 깔끔하게 다녔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 출신이 아주 불우한 가정이라는 것을 극도로 티내기 싫었다..

 

이게 내가 자존심만 강하고 자존감은 약한 이유이다.

 

어린 시절 마땅히 학습해야 하는 행복 느끼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 긍정적인 사고, 회복탄력 이런것들은 학습하지 못한채, 상황은 나빠져만 가고, 나는 나이를 먹었다..

 

20살쯤 나를 버티게 했던 자존심마저 뭉개지면서 나는 그냥 나를 놓아 버렸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으며, 행색도 그저 거지꼴을 면치 못했었다..

 

폭식으로 80 kg에 육박했고, 정신은 피폐했으며 세상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럽고 싫었다..

 

망가질테다.. 삐뚜러질테다 ... 그런 생각들이 나를 잡아 삼켜버렸고..

 

나는 나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였고, 동아리에서는 그냥 특이한 존재였다..

 

창문조차 없어서 겨울이면 입김이 보이는 냉골인 , 여름이면 숨이 턱턱막히는 한평짜리 자취방에서

 

나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이상한 독기로 똘똘 뭉쳤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정말 나를 버렸다..

 

그렇게 나는 20대의 대부분을 누구 하나 건들이기만 해봐라...

 

다 죽여버릴꺼야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건 다 엄마 아빠 때문이야... 원망을 끝도 없이 하던 시절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더 잘나지 못해서, 내가 더 현명하지 못해서, 이러고 살고 있다는 무력감이 나를 압도 했으며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았던지... 나름 열심히 일은 했었다... 한푼 두푼 모아가며..

 

누구 말처럼 그동안 내가 심한 또라이를 만나지 않은 것이 대복이라 할 정도로 나는 거의 미쳤었다..

 

나의 성격이 점점 변해갔다..

 

텐션을 떨어뜨리고... 진지 충이 되어 가기도 했다...